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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2021)

by 로카텔리 2023. 5. 17.

 

힐링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처럼 소소한 힐링을 준다. 아무래도 외국 소설은 정서가 다르다보니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책을 쓴다면 역시 우리나라 책이 좋다. 

21년도 나온 책인데도 베스트셀러에 계속 있길래 드디어 읽어보게 됐다

아몬드나 돌이킬수없는비밀 같은 책들은 마케팅이 잘 되었다 생각했다. 비슷한 장르에서 더 많은 재밌는 책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장르에서 또 한편의 드라마를 잘 썼다고 생각이 된다.

 

염여사, 독고, 시현, 오선숙, 곽씨, 민식, 경만, 정인경

7명의 주요인물의 시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염여사가 부산으로 가는 KTX안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렸음을 깨닫는다.

다행히 파우치 안에 연락처를 적어둔 덕분에 전화가 온다. 말씨도 어눌하고 내용으로 봐선 노숙자 같다.

염여사는 꺼림직했지만 그를 만나자 어느정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노숙자끼리 좋은 걸 쥐고 있으면 뺏으려는 그룹이 있기 마련인데, 자기 가방을 철저히 지켜주는 모습에 조금은 감동받았다.

그는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본인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이름을 '독고'라고 이야기한다.

고마웠던 염여사는 본인이 운영하는 숙대 근처 청파동의  <Always> 편의점으로 그를 데려와서 도시락을 먹인다.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 도시락을 주다가, 야간알바 아저씨가 그만두면서 그를 야간직원으로 채용하게 된다.

술을 안 마시는 것이 조건이었다.

 

20대 여알바 시현은 그에게 업무를 가르치다 조곤조곤 잘 가르쳐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의점 알바 메뉴얼 같은걸 올리는 유투브를 시작한다. 겉멋에 치중하지 않은 알짜배기 영상이 조금은 인기를 타서, 어느 편의점 체인의 점장으로 스카우트되기에 이른다. 직원교육 능력을 인정받아 해당 직무도 도맡으면서.. 취업준비가 잘 안되던 와중에 적성을 찾은 것이다.

 

매일같이 와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삼김, 참이슬)을 먹던 중년의 의료기기 판매원 경만은 술을 끊었다고 옥수수수염차를 내미는 독고의 오지랖에 위로를 얻게 되고,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회복을 느낀다.

 

오여사는 집나간 남편과,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게임만 하는 아들의 푸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와중에 독고가 안부인사를 하니 눈물이 터져나온다. 때로 우울하고 엉킨 마음은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풀린다.

"아들이 내 말을 안 들어요"

"선숙씨는 아들 말을 들었나요?"

"아드님이 삼각김밥 좋아한다면서요. 다만 그것만 주지 말고 식탁에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은 편지와 함께 줘 보세요."

아들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엇나갈까 두려워 거부하고 방치했더니 악화된 모자 관계. 서로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배우를 그만두고 작가로 전향한 정인경, 나이가 차서 맡는 역할도 제한되자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박경리 토지문학관에서 만난 동료작가의 배려로 청파동 편의점 앞의 빌라에 집필실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독고의 어리숙한 꼬락서니가 맘에 들지 않았으나 보다 보니 겉모습과는 다르게 똑똑하고 강단 있는 성격임을 알게 된다. 독고는 일반 편의점 기준에서는 다소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작은 배달서비스라던가, 할머니들을 기분좋게 하는 사소한 청소와 정리정돈 등으로 연장자들이 편의점을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한 독고의 특이점에 빠져든 인경은 사람이 없는 야간시간대를 이용하여 인경은 독고와 이야기를 한다.

그를 보며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글감이 떠오른다.

동시에 독고는 스스로를 고민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인경 덕분에 앞으로 가야할 기억과 잊어버린 과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염여사는 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퇴임했다.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편의점을 차렸다. 돈을 벌겠다는 마음은 없었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어 돕고 싶었다. 딸은 어울리는 사위를 잘 만나 재테크를 차곡차곡 잘 쌓아올려 잘 살고 있다. 돼지고기를 사주던 딸 부부는 이제 비싼 소고기를 사 주기 시작한다. 부담스럽다. 남영동에 살고 있는 딸은 애가 중학교 갈 때쯤 강남으로 갈거라는데, 멀어지는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질 거라는 기분이 든다.

손녀도 세시간 정도 맡아달라는데, 손녀를 보는 건 너무 좋지만 애를 보는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없는게 싫었다.

하지만 딸 성격상 수고비도 줄 거라서 겸사겸사 그냥 받아들인다.

아들은 한탕주의가 가득한 사기꾼 기질의 망나니다. 2년만에 자식도 없이 이혼당하고, 사업은 망하고 비트코인으로 돈도 날렸다. 이제는 또 무슨 사업을 한다고 편의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야간이 빌 때도 아들에게 먼저 이야기했으나 아들은 자신을 편의점 알바같은 하찮은 걸 시키고 싶냐고 반문한다. 모자관계도 시원찮다.

 

아들 민식은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에일 양조장 인수에 관심을 가진다. 양조장 이야기도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들었고 양조장 주인도 믿음직스럽다. 민식이 마셔보니 에일은 정말 맛이 좋았고 편의점에 들여놓는 유통 쪽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편의점에 들어와 있나 보려고 엄마의 편의점에 들른다. 제품은 없었다. 사장 아들이라는 유세로 공짜로 가져가려 하지만 독고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분을 망친 민식은 염여사에게 독고를 자르라고 하지만 엄마는 그는 좋은 사람이라며 거절한다. 에일이 맛있었던 덕분에 모자는 오랜만에 돈 이야기가 아닌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다시 민식은 독고를 찾아가서 에일이 잘 나가냐고 묻는다. 

독고는 잘 나가지 않아서 그만 발주하라고 할 참이었다. 민식은 분명 뜰 거라고 한다.

독고는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들여놔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민식은 에일이 핫해질 거라 자신만만해 하지만 독고는 '매출이 말해줄 것이다' 라고 한다

민식은 독고를 쳐내고 편의점을 차지하기 위해 흥신소 곽씨를 사주한다. 뒤를 캐기 위해서였다.

 

곽씨는 민식의 사주대로 그를 미행하다가 그가 성형외과로 들어가는 걸 본다.

경찰 행세를 하여 성형외과 원장을 만났지만 반대로 혼쭐이 나고 만다.

곽씨는 과거에 경찰이었다. 자식들이 예체능에 관심을 가져서 돈이 필요해졌다. 

부정한 돈을 받아서 파직당했다. 경찰공무원 신분증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흥신소 일을 하며 경찰을 사칭하는데 쓰곤 했다.

성형외과 원장에게 사칭이 걸려서 마음에 혼돈이 온 곽씨는 독고를 편의점까지 따라와서 보고 있다 보니 나쁜 사람도 아닌거 같아서 자신이 누구 사주를 받아서 당신 뒤를 캤다는 이야기를 했다.

독고는 때맞춰서 편의점을 그만두려 했고, 특유의 위로로 곽씨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족과의 관계회복이 간절해진 곽씨는 자연스레 거짓말이 가득한 흥신소 일을 접고 합법적인 직장인 그 편의점 자리로 자연스레 가게 된다.

그 시점은 인경과의 대화를 통해 독고가 자신의 과거를 다 기억해내고 정리를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독고는 성형외과 의사였고, 본인 환자를 고스트 닥터에게 시술을 맡겼다가 의료사고가 나게 된다.

취업에 도움되는 인상을 만들고 싶어 알바한 돈을 모아 찾아온 여대생이었다.

고스트 닥터는 무면허 시술전문가에게 수술 대행을 시키는 거였고, 독고는 상담시간을 늘려 더 많은 환자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의료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게 어려웠고, 여대생의 가족은 소송도 걸었지만 의료사고는 기소조차 걸리지 않았다. 원장이 법무팀을 대동하니까 피해자 측에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을 죽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이른바 불사조 면허이다.

법 기술자와 의료 기술자가 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앞에 시위대가 생기고, 사회적 이슈가 되자 독고가 병원을 그만두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비밀을 지켜왔지만 일이 커지자 아내와 딸도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딸은 독고를 피했다. 의료사고의 책임이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독고에게 더 실망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지킬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나고 이슈가 가라앉아 병원으로 다시 출근한 날 아내와 딸은 집에서 사라졌다.

 

서울역에 가서 대구로 쫓아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죄책감에 가족을 마주할 것이 극도로 두려워져 독고는 화장실에서 토하고 기절해 버렸다. 소지품은 모두 털렸다. 서울역을 떠날 수 없어 노숙자가 되었다. 그 때 자신이 노숙자로서 살 수 있게 여러 가지 알려준 것이 독고라는 이름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객사했지만 독고는 독고 노인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독고라고 부르고 본 이름은 잊었던 것이다.

 

기억과 이름을 되찾은 독고는 편의점을 그만두고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고자 한다. 죽은 여대생의 납골당에 가서 꽃도 놓아두고 울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과 인생을 되찾기 위해서 속죄를 시작하려 한다. 염 여사와의 인연과 호의에서 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주기도 했다.

 

아들 민식의 에일 투자 건은 역시나 사기였다.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맛있지만 왜 인기는 없는 걸까?

지하철에서 떠드는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태양광발전사업이 유망하다고 하지만 태양광의 이름을 업은 맹지일 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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